idea/웹
2010/04/25 22:58
http://pei.kr/51
디지털 경제와 공짜 경제
『FREE 프리』를 읽고
고등학교에서도 웹과 관련된 벤처 창업 동아리를 하며 웹 서비스를 개발하는 활동을 했다. 한편, 그 시기는 마침 웹 2.0 열풍이 불며 소비자 중심의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하던 시기였고, 웹 2.0 열풍은 나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나의 관심사는 단순히 포토샵으로 디자인을 하고, 프로그래밍을 하며 단편적인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동아리 활동을 하며, 또 웹 2.0을 접하며 웹이라는 환경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관심분야가 단순한 홈페이지 제작이 아니라 웹 기획이나 소비자 심리, 인지 심리, 광고학, 마케팅 같은 쪽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할 만한 웹 서비스를 기획하고, 또 제작하는데 있어서 사용자가 이용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어떤 패턴으로 이용할지에 대해 고려하며 디자인하고, 궁극적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나는 어떤 수익 모델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며, 단순히 웹을 넘어서 심리학, 경영학, 광고학 등의 다양한 학문들 까지 복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지난 1월에도 나는 어떤 웹 서비스(everytime.kr)를 개발하여 오픈하였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해 어떤 수익모델을 낼 수 있을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경제학입문 과제를 위해 경제학 책을 읽을 필요가 생겼는데, 도서 목록 중 나의 눈길을 끈 책은 당연 『FREE 프리』였다. 이 책을 통해 답을 구할 수 없을 거란 걸 알면서도, 이 책에선 디지털 경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 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의 등장
어릴 때의 일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마 내가 처음 인터넷을 접한 때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일 것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 초고속인터넷 보급으로 순식간에 인터넷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집집마다 컴퓨터가 한 대씩 있는 게 당연시 된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라고 하기엔 인터넷이 이미 너무 일상화 되었고, 디지털 시대 이전의 생활은 까마득한 기억이 되어버렸다.90년대 말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IT 붐이 일면서 벤처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였고, 인터넷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관련 주가가 엄청나게 치솟았었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구조상 수익 모델을 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기대감이 지나쳤다는 시장 분위기에 의해 닷컴 버블이 붕괴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몇몇 닷컴 기업들이 있을 살아남았다. 구글, 아마존, 이베이 등은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은 일부로서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기존의 전통 시장과는 다른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냄으로써 인터넷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디지털 경제의 특징
그렇다면 왜 인터넷이라는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먼저 디지털 경제의 특징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선 디지털 경제의 특징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먼저 첫 번째 특징은 인터넷 시장에서는 기술적인 생산 비용이 0에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처리 기술, 저장 기술, 전송 기술은 정보를 공급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기술적 요소이다. 그런데 이 세 기술이 모두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반도체 집적 기술이 계속해서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정보처리 기술이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고 있다. 이 말은 곧 2년마다 같은 수준의 정보처리 비용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하드디스크의 가격은 그 이상으로 싸지고 있으며, 인터넷의 전송 속도 역시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생산 비용이 멈출 줄 모르고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중이다.디지털 경제의 두 번째 특징은 인터넷 시장에서 공급하는 재화가 물질이 아닌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재화는 물질적이기 때문에 생산하기 위해서 재료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인터넷 시장의 재화, 즉 정보는 손상 없이 무한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번 생산하면 추가로 생산하기 위한 한계비용이 0이다. 특히 전문가가 정보를 생산하여 일방적으로 공급하던 기존의 인터넷 시장과 달리, 웹 2.0 시대가 도래하면서 UCC 열풍으로 인해 정보의 소비자가 곧 생산자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무한한 공급자들이 무한한 정보를 만들어 내고, 그 정보들이 또다시 무한히 복제되기 때문에 인터넷 시장은 사실상 공급이 무한대인 완전경쟁시장인 셈이다.
즉 위의 두 가지 특징을 정리하면 인터넷 시장에서 재화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서버유지비 등의 고정비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으며, 재화의 생산 비용 역시 0원에 가깝기 때문에 디지털 경제에서의 가격은 공짜에 가깝다는 의미이다.
인터넷 시장에서의 수익 모델
위에서 말했듯이 인터넷 시장에서 정보는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데다가 공급이 넘치기 때문에 전통적인 시장에서처럼 정보를 판매하여 수익을 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인터넷 시장은 수익 구조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경제에서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수익 모델은 3자간 시장, 즉 광고이다. 아니 사실 광고는 디지털 경제의 전체나 마찬가지이며, 구글 등 거대기업의 폭발적인 성장 역시 광고 수입에 의한 결과물이다. 물론 광고라는 수단이 디지털 경제에만 해당하는 새로운 모델은 아니다. 신문, 라디오, TV 등의 전통적인 매체에서도 광고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장에서의 광고는 기존의 광고와는 약간 다른 형태를 가진다. 전통적인 매체에서는 광고를 낼 수 있는 희소한 공간을 판매하는 형태였는데, 인터넷은 공간이 무한하기 때문에 그보다 광고를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의 희소성이 떨어진다. 그 결과 텍스트 광고라는 새로운 광고 방식이 등장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광고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됨으로써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반면, 텍스트 광고는 이용자의 관심을 통해 효과를 얻는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보고 있는 사이트가 대중음악과 관련된 사이트라면, 그 이용자는 MP3 플레이어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관심이 없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광고를 많이 노출하는 것 보다. 오히려 이용자의 관심을 끄는 광고를 삽입하여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광고는 관심 없는 이용자들에게 의미 없는 정보이고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반면, 이러한 광고는 이용자에게 단순한 광고가 아닌 필요한 정보로서 다가갈 수도 있다. 이러한 새로운 광고 모델로 인해 구글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성장한 거대기업이 되었다.한편 구글은 검색 뿐만이 아니라 이메일, 동영상, 지도 서비스, 오피스 프로그램, 운영체제 등 제공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공짜이다. 위성 지도 시스템을 구축한다던가,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런데 어째서 이러한 서비스들을 공짜로 제공하려는 것일까? 심지어 이메일, 오피스 프로그램, 운영체제 등은 다른 기업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하던 서비스들이다. 사실 구글은 지금 당장 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수익을 얻으려하지 않는다. 다만 이메일, 동영상, 지도 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이 구글에 더 익숙해지게 만들고, 구글에서 보다 오래 체류하게끔 만든다. 심지어 최근에는 휴대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하여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휴대폰 이용자들까지 구글에 더 쉽게 접근하게끔 만들고 있다. 이는 구글의 맥스전략이라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이 구글에 익숙해지고 오래 체류함으로써 구글이 제공하는 핵심 콘텐츠인 검색의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즉 광고 수입과 연관된다. 구글의 다양한 공짜 서비스는 그 자체로 수익을 낸다기 보단 핵심 서비스의 수요를 늘리기 위한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다.
관심과 명성, 기부
구글의 저러한 수익 모델은 교차보조금적 성격도 갖는다. 구글은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다른 서비스, 즉 검색 서비스의 수익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를 비롯해서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들은 공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 비용을 메울 수 있는 보조금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왜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먼저 생산자가 정보를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게 만든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로는 크게 관심과 명성, 기부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정보를 생산함으로써 단순히 수익만을 낼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돈보다 다른 가치를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정보와 서비스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것에 큰 만족을 느끼며, 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음으로써 명성을 쌓게 된다. 또한 이렇게 관심과 명성을 쌓음으로써 사이트의 트래픽이 증가하게 되고, 그로부터 광고 수익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반드시 관심과 명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광고 수익을 바란다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던가, 지식iN에 답변을 달아준다던가, 위키피디아에 지식을 정리한다던가 하는 행위를 하며 그들은 만족감을 느끼거나 단순히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단지 누군가에게 털어놓거나 관심을 받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다른 사람을 위한 관대함이 인센티브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 있어서도 지난 1월 웹 서비스를 개발하며 당장의 수익을 내고 싶다는 목표보단, 명성을 쌓고 개인적인 발전을 목표로 삼았었다. 즉 결론을 내리자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 수많은 정보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